초보 러너 속도는?(페이스,러닝용어,훈련 종류)
달리기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체력이 아니라 '러닝 용어'였습니다.
러닝 크루 단톡방에 들어가니 "오늘 존2로 LSD 10K 찍었다", "케이던스가 안 올라간다", "이번 대회 서브4 목표"라는 말이 쏟아지는데, 정작 저는 제 페이스가 빠른 건지 느린 건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초보 러너의 현실적인 속도 기준과 꼭 알아야 할 러닝 용어를 한 번에 정리해 봤습니다.

1. 초보 러너의 속도, 어느 정도가 정상일까?
러닝에서 속도는 시속이 아니라 페이스(Pace)로 말합니다. 페이스는 1km를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고, '7분 30초 페이스'라고 하면 1km에 7분 30초가 걸린다는 뜻입니다. 시속으로 바꾸려면 60을 페이스로 나누면 됩니다. 예를 들어 8분 페이스는 시속 7.5km, 6분 페이스는 시속 10km입니다.
이제 막 시작한 러너라면 보통 1km당 7~8분대가 현실적인 구간입니다. 숨이 너무 차서 9분대까지 떨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초보 단계에서 5~6분대를 억지로 유지하는 것이 부상의 지름길입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옆 사람과 짧은 대화가 가능한 강도"를 30분 이상 유지할 수 있느냐입니다. 이 기준만 지켜도 페이스는 몇 주 뒤 저절로 당겨집니다.
대략적인 수준을 나눠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9분대 : 걷기와 달리기를 섞는 입문 단계. 완주 자체가 목표
- 8분대 : 30분 이상 연속 달리기가 가능해지는 구간
- 7분대 : 10K 완주와 존2 훈련이 안정적으로 되는 구간
- 6분대 : 하프 마라톤 도전이 가능한 중급 구간
- 5분대 이하 : 서브4 이상을 노리는 상급 구간
단, 이 표는 절대 기준이 아닙니다. 체중, 기온, 습도, 코스 경사에 따라 같은 사람도 페이스가 1분 이상 차이 납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페이스가 30초~1분 느려지는 것이 정상이니, 기록이 나빠졌다고 좌절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2. 기본 중의 기본, 꼭 알아야 할 용어 5가지
① 페이스(Pace) : 1km당 소요 시간. 러너들의 공용어입니다.
② 케이던스(Cadence) : 1분 동안 두 발이 땅에 닿는 횟수(spm). 흔히 180spm을 이상적인 수치로 말하지만 이는 엘리트 기준이고, 초보는 보통 160~170spm에서 시작합니다. 보폭을 늘리기보다 발을 자주 굴리는 쪽이 무릎 충격이 적습니다.
③ PB / PR : 개인 최고 기록(Personal Best/Record). 남과 비교하지 않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자는 러닝 문화가 담긴 말입니다.
④ 스플릿(Split) : 구간별 기록. 후반을 전반보다 빠르게 달리는 것을 네거티브 스플릿이라 하며, 초보가 완주 확률을 높이는 가장 좋은 전략입니다.
⑤ 러너스 하이 : 장거리 달리기나 고강도의 신체활동을 지속(대략30분 이상)할 때 일시적으로 행복감 또는 도취감과 함께 불안감이 줄어들고 통증 감각이 둔해지는 현상이다. 개인차가 크니 못 느껴도 조급해할 필요 없습니다.

3. 훈련 강도 용어 - 존2, LSD, 인터벌, 템포런
존2(Zone 2) 러닝은 요즘 가장 많이 언급되는 용어입니다. 심박수를 5구간으로 나눴을 때 최대 심박수의 60~70%를 유지하는 저강도 유산소 구간을 뜻합니다. 최대 심박수는 간단히 220 - 나이로 추정합니다.
40세라면 최대 심박수가 약 180bpm이니 존2는 약 108~126bpm이 됩니다. 심박계가 없다면 '코로만 숨 쉬어도 버틸 수 있는 강도'로 판단하면 됩니다.
LSD는 Long Slow Distance의 약자로 느린 속도로 길게 달리는 훈련이고,
인터벌은 빠른 구간과 회복 구간을 번갈아 반복하는 고강도 훈련입니다.(예시로 400m빨리 달리기 200m천천히 달리기 5세트)
템포런은 힘들지만 견딜 만한 속도로 일정 시간 유지하는 훈련,
파틀렉은 정해진 규칙 없이 기분에 따라 속도를 바꾸는 놀이형 훈련입니다.
초보라면 전체 훈련의 80%를 존2와 LSD로 채우는 80/20 원칙만 기억해도 충분합니다.
4. 대회에서 자주 듣는 용어들
대회 종목은 보통 5K, 10K, 하프(21.0975km), 풀코스(42.195km)로 나뉩니다. 여기서 나오는 말이 서브(Sub)인데, 목표 시간 안에 완주한다는 뜻입니다.
풀코스를 4시간 안에 들어오면 서브4, 3시간 안이면 서브3입니다.
참고로 2026년 4월 런던 마라톤에서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가 1시간 59분 30초로 공식 대회 최초의 '서브2'를 달성했고, 같은 날 여자부에서는 티지스트 아세파가 2시간 15분 41초로 세계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이 밖에 정해진 페이스로 함께 달려 주는 페이스메이커(페메), 구간별 제한 시간인 컷오프, 바닥 판을 넣어 반발력을 높인 카본화, 대회 전 탄수화물을 채우는 카보로딩 정도만 알아 두면 대화가 막히지 않습니다.
러닝 워치나 앱에서 자주 보이는 GAP(경사 보정 페이스)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평지 기준으로 환산한 페이스라서, 언덕 코스를 달렸을 때 실제 노력을 더 정확히 보여 줍니다. 회복 상태를 숫자로 보여 주는 HRV나, 최근 훈련량 누적치를 뜻하는 트레이닝 로드도 함께 보면 과훈련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5. 직접 달려 보고 깨달은 초보 페이스 원칙
저는 처음 러닝을 시작했을 때 남들이 말하는 6분 페이스에 욕심을 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3km 지점에서 숨이 턱까지 차서 걸어야 했고, 며칠 뒤에는 무릎 바깥쪽이 시큰거려 일주일을 쉬었습니다. 이후 페이스를 7분 30초까지 낮추고 심박이 아니라 호흡을 기준으로 달렸더니, 놀랍게도 4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구력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아침에는 소화가 부담스러워 프로틴 셰이크만 마시고 가볍게 뛰고, 퇴근 후에는 존2 위주로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훈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주간 거리를 10% 이상 늘리지 않는다는 원칙 하나만 지켜도 부상 확률이 크게 줄어듭니다. 초보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페이스가 아니라 내일도 달릴 수 있는 몸입니다.
마지막으로 초보 시절의 저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 세 가지를 남깁니다.
첫째, 첫 달은 거리와 페이스를 아예 보지 말 것. 시계를 자꾸 보면 반드시 오버페이스가 납니다.(일부로 시계를 안차고 나가는것도 하나의 방법 입니다.)
둘째, 주 3회, 30분을 최소 단위로 잡고 그 이상을 무리해서 채우지 말 것.
셋째, 통증과 뻐근함을 구분할 것입니다. 근육이 뻐근한 것은 회복 신호지만, 관절이 콕콕 쑤시는 통증은 즉시 멈추라는 신호입니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러닝은 몇 달 만에 그만두는 취미가 아니라 몇 년을 함께 가는 습관이 됩니다.
※ 본 글은 개인의 러닝 경험과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참고용 정보입니다. 심장 질환이나 관절 부상 이력이 있는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운동 강도를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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