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느리게 달리면 실력이 늘까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저도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첫 풀코스 전, LSD로 25~30km를 두 번 뛰어보고 나서야 이게 왜 마라톤의 핵심 훈련인지 온몸으로 이해했습니다. LSD(Long Slow Distance)는 단순히 천천히 오래 달리는 게 아니라, 몸이 장거리에 적응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훈련입니다.

 

LSD 훈련

왜 느리게 달리는 게 효과적일까 — 생리학적 원리

마라톤을 준비한다고 하면 보통 인터벌 훈련이나 템포런을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대회 기록을 결정짓는 건 그 고강도 훈련보다, 그것을 버텨낼 수 있는 유산소 기반입니다. LSD 훈련이 그 기반을 만드는 훈련입니다.

LSD(Long Slow Distance)란, 최대 심박수의 60~70% 수준, 즉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강도로 긴 거리를 천천히 달리는 훈련법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낮은 강도"가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 훈련을 반복하면 혈액 속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밀도가 높아집니다. 미토콘드리아란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관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같은 산소로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모세혈관(capillary) 밀도도 증가합니다. 모세혈관이란 산소와 영양소를 근육 세포 깊숙이 전달하는 아주 가는 혈관망으로, 이 밀도가 높아질수록 장거리에서 근육이 더 오래 효율적으로 작동합니다. 미오글로빈(myoglobin)과 헤모글로빈(hemoglobin) 수치 역시 올라가는데, 이 두 단백질은 산소를 근육에 저장하고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마라톤은 "혈액 싸움"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에너지 시스템 측면에서도 변화가 생깁니다. 달리기 초반에는 주로 글리코겐(glycogen), 즉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쓰지만, 저강도 장시간 운동에서는 지방 연소 비율이 높아집니다. 탄수화물 1g이 4kcal를 내는 반면 지방 1g은 9kcal를 제공하므로(출처: NCBI - 에너지 대사 기초), 지방을 효율적으로 태울수록 후반 30km 이후 글리코겐 고갈로 인한 급격한 페이스 저하를 막을 수 있습니다. 제 첫 풀코스에서 30km 이후 구간은 솔직히 정신력으로만 버텼는데, 그게 바로 에너지 시스템이 아직 덜 다듬어진 결과였습니다.

이 생리학적 변화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려면 최소 12주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대회 3개월 전부터 LSD를 시작하는 것이 단순한 관례가 아니라 생리학적 근거가 있는 루틴입니다.

  • 미토콘드리아 밀도 증가 → 산소 1단위당 생산 에너지 상승
  • 모세혈관 밀도 증가 → 근육 산소 공급 효율 향상
  • 미오글로빈·헤모글로빈 수치 상승 → 산소 저장·운반 능력 강화
  • 지방 연소 비율 증가 → 후반 글리코겐 고갈 지연
  • 인내심·페이스 감각 형성 → 경기 중 초반 오버페이스 방지
요약: LSD 훈련은 미토콘드리아·모세혈관·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이고 지방 연소 능력을 키워, 장거리에서 무너지지 않는 신체 기반을 만드는 훈련입니다.

 

 

 

레벨별로 LSD 훈련이 달라야 하는 이유 — 레벨별 훈련과 주의사항

 

LSD를 어떻게 적용하느냐는 목표 기록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같은 "천천히 오래 달리기"라도 서브5를 준비하는 분과 서브3를 노리는 분이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한쪽은 너무 힘들고, 한쪽은 너무 여유롭습니다. 제가 직접 레벨을 바꿔가며 훈련해보니 이 차이가 실제로 꽤 컸습니다.

서브5를 목표로 한다면 주간 총 달리기 거리를 30~40km 정도로 잡고, LSD는 주 1회 10km부터 시작해 매주 2~4km씩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식이 맞습니다. 페이스보다는 존2(Zone 2) 심박 영역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존2란 최대 심박수의 60~70% 구간으로, 대화가 가능하면서도 가볍게 숨이 차는 강도를 말합니다. 처음부터 20km를 억지로 뛰는 것보다 10km를 제대로 마치고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서브4 수준이라면 거리를 60~80km로 늘리고, LSD는 15km 또는 90~120분을 기준으로 잡습니다. 이 단계부터는 훈련 중 에너지 젤이나 바나나를 섭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실전 대회에서 쓸 보급 전략을 LSD 훈련 때부터 연습하는 셈입니다. 저 같은 경우 이 구간에서 처음으로 훈련 중 젤을 먹어봤는데, 타이밍을 잘못 잡아서 오히려 속이 불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회 전에 미리 연습해두는 게 이래서 중요합니다.

서브3를 목표로 한다면 주간 마일리지가 80~120km로 올라가고, LSD는 20km 또는 120~150분부터 시작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단조로운 평지 LSD보다 크로스컨트리나 트랙 같은 다양한 지형을 활용하면 근육 부하가 더 고르게 분산됩니다. 후반부는 빌드업(build-up) 방식으로 심박수를 최대 70~80%까지 끌어올려 경기 후반을 시뮬레이션하는 훈련 형태도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어느 레벨이든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훈련량은 주차 단위로 10% 이상 늘리지 않는 것, 그리고 훈련 다음 날의 회복을 훈련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걸 무시하고 욕심을 냈을 때 항상 부상이 왔습니다. 특히 첫 풀코스 전에 35km LSD를 한 번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그 거리를 소화하고 나면 회복에 1~2주가 걸리기 때문에 전체 훈련 스케줄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대회 자체는 하루지만, 그 전 훈련을 지킬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점진적 과부하 원칙(progressive overload principle)이란 바로 이것입니다. 훈련 자극을 서서히 높여가야 몸이 적응하면서 성장한다는 원리로, 이를 무시한 급격한 거리 증가는 효과보다 부상 위험이 훨씬 큽니다.

요약: LSD 훈련은 목표 기록에 맞게 거리와 강도를 다르게 설계해야 하며, 주 10% 이상의 훈련량 증가와 과도한 장거리는 부상 위험을 높이므로 스케줄 안에서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LSD 훈련

 

자주 묻는 질문

Q. LSD 훈련 페이스는 얼마나 느리게 잡아야 하나요?

A. 정확한 km당 페이스보다 심박수 기준이 더 신뢰할 수 있습니다. 최대 심박수의 60~70%, 즉 옆 사람과 짧은 대화가 가능한 정도가 존2(Zone 2) 영역입니다. 이 강도라면 시작할 때와 끝날 때의 페이스가 거의 같아야 하는데, 후반에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진다면 처음부터 너무 빠르게 출발한 것입니다. 페이스는 결과이지 목표가 아닙니다.

 

Q. 첫 풀코스 전에 30km 이상 LSD를 한 번 뛰어봐야 하지 않나요?

A. 제 경험상 이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꽤 많은데, 현실적으로는 비추천하는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35km 이상을 소화하고 나면 회복에 1~2주가 걸리고 그 기간 동안 다른 훈련이 밀립니다. 대회 전 훈련 스케줄을 지키는 것이 장거리 단 한 번을 뛰어보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구력이 어느 정도 쌓인 뒤에는 괜찮지만, 첫 풀코스를 준비하는 시점이라면 25~28km 정도에서 멈추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Q. LSD는 주에 몇 번이나 해야 하나요?

A. 대부분의 레벨에서 주 1회가 권장됩니다. LSD는 훈련 자극이 크기 때문에 이틀 연속이나 고강도 훈련 직전에 배치하면 피로가 누적되어 다음 훈련의 질이 떨어집니다. 주 1회 LSD를 코어 훈련이나 가벼운 이지런과 조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지속하기 좋은 구성입니다.

 

Q. LSD 훈련 중에 뭔가 먹어야 하나요?

A. 90분을 넘는 LSD라면 에너지 보충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젤, 바나나, 스포츠 음료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고, 이 자체가 실전 대회의 보급 전략 연습이 됩니다. 제 경우 처음에 젤 섭취 타이밍을 잘못 잡아서 소화 불편을 겪었는데, LSD 때 다양하게 시험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두는 것이 나중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결론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조급한 마음에 훈련량을 급격히 늘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돌아온 건 기록이 아니라 부상이었습니다. LSD 훈련의 핵심은 빠르게 달리는 것도, 억지로 멀리 달리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자신의 체력 수준을 냉정하게 보고, 그 안에서 매주 조금씩 쌓아가는 것입니다.

서브5든 서브3든 목표가 어디에 있든, 몸이 장거리에 적응하는 데는 최소 12주가 걸립니다. 대회 날 하루를 위해 그 12주를 버티는 것, 그게 마라톤이 인생에 비유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가을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면 지금 바로 LSD 루틴을 짜보는 것을 권합니다. 처음엔 10km도 길게 느껴지지만, 4주가 지나면 몸이 달라졌다는 걸 제가 직접 느꼈습니다.

빠른 달리기 보다 건강한 달리기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링크
«   2026/08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